카우보이 비밥은 아직도 보면 재밌긴 한데, 역시 기분이 꿀꿀해지는 애니다. 2005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, 혼자 차분히 감상해보니 확실히 그렇다. 화면 오른쪽 아래에 1998 Sunrise 라고 쓰여있는 걸 보면 98년 애니니까 12년이나 지난 애니같은데 과연 명작은 명작이다. 나는 왜 쏘왓 할때 칸노 요코 곡을 Tank! 밖에 몰랐을꼬. 그때 좀더 애니를 자세히 봤다면 훨씬 창작욕에 불타올랐을 텐데.
항상 카우보이 비밥은 괜찮은 사람들과 같이 봤던 것 같다. 처음에는 고등학교 때의 바보 친구들이랑, 두번째는 동연의 막나가는 학생위원들과 세번째는 원룸에서 혼자 맥주를 까면서인가. 명작이란 것은 볼 때마다 새로운게 보이는 모양인데 올해 들어서만 몇번째로 명작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.
별로 복잡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, 그럴 능력도 되지 않는다. 내가 원하는 건 '우와 x발 이건 X나 명작이야.' 정도의 감상과 동의해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. 나이가 들면서 사람 사귐에 소홀했다던가 삶에 바쁘다보니 정신이 없었다던가는 핑계일 뿐이고 그냥 게으른 것이다. 이 밤에 맥주 먹으면서 비밥을 보고는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서 메신저 친구목록을 훑어보고 전화번호부를 들여다봐도 연락할 만한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. 시간이 늦어서 연락하면 자는 거 깨울 것 같고, 너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서 뜬금없이 연락하기도 어렵고, 이 이야기는 취향이 아닐 것 같고, 지은 죄가 있으니 연락할 수가 없고.
거의 8년 전쯤 J군이 메신저로 토로하던 외로움을 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. 아니, 옆에 룸메이트가 멀쩡하게 깨어 있는데 왜 외로워? 룸메이트가 대화하던 상대를 빼앗아 외로워 우울해 꿀꿀해를 남발하다가 결국은 생전 처음 대화해보는 사람과 더 이야기하기 위해서 뛰쳐나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 감정은 뭐야? 이해할 수 없어. 내가 전혀 이애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대체 뭐야? 왜 그러는거야? 당시에는 이 정도의 의문도 가질 수 없었다. 감정적으로 어렸다고 해야하나. 그땐 그저 이상한 녀석 정도의 생각이었지. 그걸 받아준, 지금은 유학간 선배도 세트로.
지금 한밤에 느끼는 감정이 그때 그 친구가 느꼈던 것과 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괜한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. 어차피 나야 대학때부터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이제와서는 웬만한 거에는 불타오르지도 않고 경쟁도 피해버리고, 적당히 내가 잘난 척 할 수 있는 정도의 위치에 머물러 있으려는 소시민이지만, 그래도 지금 생각을 가지고 그 때의 그 친구와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.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. 외롭냐? 뭔지 알 것 같다. 어차피 그 친구야 나이와는 관계없이 날아다니던 친구니까 자기보다 8년 쯤 나이많은 풋내기 정도랑은 맞먹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.
뭐, 라고 해도, 그친구와는 비밥 이야기는 통하지 않겠지. 역시 이쪽 화제라면 S형이다. 지금이라면 Tank! 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겠지. 한 편가지고 밤새도록 떠들 수도 있을 것 같다.
라고 적다가 중단.
술먹고 끄적이는 잡담을 쓰는데 오래 걸려서 쓰다가 술이 깨버리면 쓸 의욕은 커녕 조금 민망하기까지 해서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지. 뭔 소리를 쓰려고 했더라...